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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 메모 조각 (1) | 나를 낯설게 하기와 더 나은 사람이 되는 일에 관하여

초등학교 한 5학년 때 즘 그때 당시에도 오래됐던 낡은 아빠의 회색 카렌스의 뒷자리 아니 앞자리에 앉아 생각의 끝을 탐험해 본 적이 있다.

two person's arm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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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카렌스 안에서 이어지는 은밀한 기억에 대하여 

초등학교 한 5학년 때 즘 그때 당시에도 오래됐던 낡은 아빠의 회색 카렌스의 뒷자리 아니 앞자리에 앉아 생각의 끝을 탐험해 본 적이 있다. 그 탐험의 방식은 간단하다. 내가 누구인지 질문하는 것이다. 처음에는 내가 살짝 낯설어 진다. 그 순간에 일차적으로 적응한다. 그리고 이겨낸다. 그리고 또 질문한다. 내가 누굴까. 이 감각이 내 것일까. 이 생각은 내 것일까. 그러면 내가 낯설어서 역겨워진다. 그 역겨움을 이겨낸다. 그리고 또 질문한다 터널처럼 생각이 빨려들어 간다. 내가 아주아주 낯설어진다. 나라는 사람에 우연히 들어왔다는 생각이 든다. 지금 글을 쓰고 있는 나 자신도 낯설어진다. 

나는 평생 나라는 이 아주 낯선 몸뚱아리에서 어떤 생각을 하면서 평생 나와 친해질 수 없을 것이라는 것을 받아들인다. 그리고 이 순간을 새겼다. 시간은 흐른다. 시간을 붙잡을 수 없다. 모든 기억들은 확률적으로 선택 받아 몇 개는 사라지고 몇 개는 남는다. 통제할 수 없는 것들 사이에서 지금 이 순간을 평생 기억할 순간으로 채택해보기로 마음 먹었다. 그래서 그 순간을 새겼다. 그 순간을 새기기 위해서는 강렬한 기억이 필요했다. 그래서 더 끝없이 파고 들었다. 이 낯선 나는 누구지. 머리 아프고 섬뜩하면서도 낯설게 묘하게 고통스러운 이 기억을 이전에 도 몇번 탐험한 적이 있지만, 이 날은 가장 용기를 내서 가장 오랫동안 그리고 가장 깊이 있게 파고들었다. 그렇게 이 순간은 지금까지도 잊히지 않는 가장 두려운 그리고 가장 또 선명한 기억이 됐다. 

흰색의 오래된 30평대 아파트에서 아직 지하주차장이 발달하기 전의 아파트라 지상 주차장이 있었고, 지상 주차장에는 늘 자리가 없어서 지상 주차장에서 약간 빗겨나간 도로 가에 아버지가 차를 대셨고, 나는 잠시 차에 혼자 앉아서 무언가를 기다리고 있었고, 약 10분? 15분 정도의 길지 않은 시간 속에서 나는 잠깐 그 시간을 평생 기억해볼 시간으로 채택하기로 마음먹었다. 

조용한 여름날의 차안에서 초록 나무가 창으로 비치는 그 순간, 나를 낯설게 만들기. 아니, 낯선 나를 인지하기, 그리고 또 인지하기, 내가 아주아주 낯설어 질 때까지 그럼 멀미가 난다. 나는 누굴까. 우주에 있는 이 육체는 누굴까. 이 이름을 가진 아마도 몇십 년을 살았다고 인식되는 이 사람은 누굴까. 나는 어떻게 기억을 가지고 있을까. 이 경험들은 이 몸에 어떻게 누적이 되고 있는 것인지. 지금 메타 인지를 하고 있는 나는 누구일지, 낯선 나를 마주하는 것은 신비한 동시에 고통스럽고 역겨운 경험이어서 살면서 이 시도를 자주 하지는 않았다. 

약 20분 정도, 늘 이 경험의 여정은 비슷하다. 처음에는 약간 낯설고, 약간 역겹고, 어지럽고 이어지면 이어질수록 내가 더 낯설어져서 어느 순간 그만하지 않으면 정말 큰 일이 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나면, 이 생각을 잊으려고 한다. 이 생각을 없애려고 한다. 그러면 내가 너무 징그러워지니까. 이 순간이 모든 것이 세상의 모든 요소들이 징그러워지니까. 다 의심하게 된다. 

데카르트의 통 속의 뇌와는 다르다. 시간으로 누적된 경험에 대해서는 의심하지 않는다. 그저 나의 존재에 대해서 의심한다. 어떤 고차원적 의식이 석자의 이름을 가진 지금 존재하는 나에게 배정된 것 같은 느낌이다. 그리고 그 고차원적 의식의 꼬리를 물고 늘어지는 것이 이 경험이다. 내가 낯설어지지 않는 그러니까 나는 그냥 나라고 아무렇지도 않게 그 어떤 고통도 없이 받아들여지는 날이 올 수 있을까. 하지만 왠지 그런 날이 오지 않기를 바란다. 남들 모를 고통스러운 희열을 즐기는 이 경험을 어쩌면 평생 할 수 있을까. 아마도 10년 이상은 이 경험을 때때로 반복적으로 은밀히 즐기면서 지속해왔다. 언제까지 이 경험을 지속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2 글쓰는 일에 관하여

글쓰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들을 글쓰는 것에 대해 글쓰기를 좋아한다는 공통점이 있다. 사실이 아닐 수도 있다. 그런데 나는 늘 글쓰기에 대해서 글쓰기를 상상해왔다. 글쓰기를 좋아하는 사람들은 글쓰기라는 행위를 사랑하는 것일까 글에 담긴 무언가를 사랑하는 것일까. 나는 글쓰는 행위를 좋아하는 사람에 더 가까울 수 있다는 생각이 든다.

#3 더 나은 사람이 되는 일

나는 더 나은 사람이 되고 싶다. 늘 그랬다. 나보다 더 나은 사람이 부럽고 질투났다. 초등학교 때 자기소개 자료에 존경하는 위인이나 삶의 롤모델을 써야 하는 질문이 나올 때 늘 고민됐다. 고를 사람이 없었다. 대단한 위인들도 모자란 점이 보였다. 장점은 관점에 따라 늘 단점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완벽하고 완전한 사람은 없다는 결론에 이르렀다. 신도 안티 때문에 죽어야만 했으니까. 이걸 인정해도 롤모델을 고르기 싫었다. 억지로 헬렌켈러를 골랐다. 그래도 누군가를 돕는 사람이 되고 싶었다. 

모든 장점은 어떤 관점에서는 단점이 된다. 나 조차도 늘 모자란 사람이었다. 누군가가 좋은 점이라고 보는 점이 어떠한 관점에서는 늘 단점이 되기 때문이다. 내가 생각하는 이상적인 내 모습은 늘 내가 생각하는 단점을 가지고 있지 않는 사람, 다시 말해 지금은 내가 ‘아닌’ 사람이기 때문에 평생 나는 부족한 사람일 것이다. 평생 나는 내게 못난 사람일 것이다. 오늘의 나는 더 나은 나를 꿈꾼다. 그리고 나는 평생 그러한 나가 될 수 없다. 그 사실을 안다. 그런데 나는 늘 좋은 사람이 되고 싶다. 나는 매우 자기 중심적이고 이기적이고 타인을 마음 속 깊은 곳에서는 전혀 신경쓰지 않는 약간의 싸이코패스적인 사람이어서 나의 꿈은 늘 더 나은 내가 되는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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