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개월 유럽 교환학생 팁 5가지 | 어떻게 하면 더 잘 놀 수 있을까
관광객이 아니라 현지인이 되고 싶었던 6개월. 구글 검색부터 무료 워킹 투어까지, 스물다섯 개 도시에서 발견한 유럽 교환학생 여행 꿀팁을 공유한다.
어떻게 그렇게 여행했어?
6개월 간의 교환학생 생활을 마치고 귀국한 뒤 많이 들었던 말이다. 1주일에 한 국가씩, 스물다섯 개 국가를 다녔다. 사실 이 정도 '양'으로만 따지면 나보다 더 많은 곳을 다녀온 사람들도 많다. 그런데도 관심을 많았던 것 여행의 방식 때문이었을 것 같다. 유명 관광지 앞에서 인증샷만 찍고 오는 여행이 아니라 더 잘 놀 수 있는 방법을 고민했다.
낯선 동양인 소녀의 얼굴이지만, 도시 속으로 녹아들고 싶었다. 대성당 앞 광장에서 셀카를 찍는 대신, 골목 안쪽 재즈 바에서 현지인들 사이에 앉아 와인을 마셔보고 싶었다. 뻔한 관광 코스 대신 그들이 퇴근 후 들르는 타파스 바를, 주말 오후 산책하는 공원을, 새벽까지 북적이는 펍을 경험하고 싶었다. 뭔가 신나는 걸 원했다. 그러면서도 알뜰해야 했다.
10 things to do in (도시명)
네이버가 아니라 구글에서 찾기
여행의 시작은 언제나 구글링이었다. 물론 네이버 블로그에도 한국인들의 집단 지성이 빼곡히 모여 있다. 맛집 정보도, 교통편도, 입장료까지 친절하게 정리되어 있다. 그런데 네이버에서 이미 유명한 곳을 가면, 현지인보다는 한국인들만 모여 있는 경험을 하게 되는 경우가 많았다. 그래서 나는 네이버와 동시에 구글도 이용했다. 되돌아보면 구글을 더 많이 썼다.
"10 things to do in (도시명)" 이 검색어를 교환학생 전 선배에게 전수받았다. 한국어로 "스페인 세비야 여행"이 아니라 영어로 검색하면 글로벌 여행자들이 정리한 정보들이 나온다. 한국 블로그에서는 찾기 어려운 골목 안쪽의 작은 책방, 현지인들이 가는 빵집이 나온다. 극 "P"인 나는 여기서 한 발 더 나아가 "10 free things to do in (도시명)"까지 검색했다. 그럼 무료로 방문한 곳들만 추려서 모아볼 수 있다.
소도시에 도착하면 공항이나 기차역에서 구글과 인스타그램을 켜고 이 키워드를 영문으로 검색한 다음에 나올 만한 장소들을 싹싹 캡처하고 구글 지도에 저장해뒀다. 그러면 실제 여행을 할 때는 구글 지도를 켜고 내가 저장해둔 곳을 가까운 곳부터 순서대로 이동하면 나만의 투어 프로그램이 완된다다. 이 방법으로 늦은 밤까지 현지인들로 북적이는 타파스 바를 찾아내기도 했다.

Guru Walk 무료 워킹 투어
현지 가이드에게 전수받기
다음으로 소개하고 싶은 앱은 'Guru Walk'이다. 현지인 개개인이 진행하는 무료 워킹 투어 앱인데, 내가 한동안 찾아다닌 투어이기도 하다. 마이리얼트립 같은 앱에서 예약하는 투어는 보통 하루 기준 1인당 5-60유로를 호가하는데, 이 앱으로 예약하는 워킹투어는 무료다. 대신 투어가 끝나고 팁을 주면 된다. 보통 10-20유로 정도. 팁을 안 준다고 해서 잡혀가는 건 아니지만, 팁을 안 주는 사람을 본 적은 없다.
이 앱의 매력은 현지 가이드다. 그 도시에서 실제로 살고 있는 사람들이 들려주는 이야기는 단순한 역사나 건축 설명을 넘어섰다. 세비야 대성당 앞에서 열리는 전통 결혼식 이야기부터, 시장 골목에서 만난 할머니의 타파스 레시피까지. 교과서에는 없는 이야기들. 교육받은 가이드가 아니라 학생부터 백수까지 현지인들이 주말이나 빈 시간을 이용해 진행하다보니 그 방식도 각각 달랐다.
강의 자료 아닌 강의 자료를 서투르게 인쇄해서 코팅해서 보여주는 가이드도 있었고, 현지 초콜릿을 사와서 나눠주는 가이드도 있었다. 물론 팁을 조금이라도 더 받기 위한 노력일 수도 있지만, 약간은 서툰 설렘과 정성이 묻어 있는 현지 투어를 들을 때마다 나도 모르게 그들의 긴장을 함께 느꼈다. 준비해온 종이가 바람에 날아가서 쫓아가는 가이드를 보며 웃기도 했고, 영어 발음이 서툴러서 세 번 되물어야 이해할 수 있었던 순간도 있었다.
한 번은 스페인의 섬 '그란 카나리아'에서 Guru Walk를 예약했는데, 손님이 나 하나였다. 현지인 가이드와 둘이서 3시간 동안 투어를 진행했다. 거의 데이트였다. 고마운 마음에 평소보다 리액션을 많이 했던 것 같다. 투어가 끝나고 가이드와 헤어질 때쯤 '나 이제 어디 가는 게 좋을까?'하고 묻는 게 내 루틴이었다. 여기서 '안 유명해도 좋으니까, 너가 좋아하는 곳을 알려줘'하면 보통 맛집부터 숨겨진 여행 명소까지 추천해줬다.
가이드를 통해 알게 된 공간 중 하나가 그란 카나리아의 'Agaete Piscina Natural'인데, 구글링으로도 찾지 못한 곳이었다. 현지인들만 아는 자연 수영장 같은 곳이었는데, 도착했을 때 '사진이 실물을 못 담는다'는 말을 이해했다. 파란 바다와 검은 화산암 사이로 만들어진 천연 풀장이었는데 최근 호주에서 유행하는 곳보다도 더 좋았던 것 같다.
Guru Walk의 또 다른 장점은 인기 관광지가 아니어서 마이리얼트립 같은 앱에는 상품이 없는 소도시에도 투어가 있을 때가 있다는 점이었다. 또한 보통 현지어와 영어 두 가지 옵션이 있기 때문에, 영어를 할 줄 안다면 큰 언어적 장벽은 없었다. 그리고 버스나 차량을 활용한 이동 없이 100% 걸어서 진행되기 때문에, 그 어떤 투어보다 하나의 도시를 자세히 살펴볼 수 있었다. 한국 패키지 관광 상품이 도시의 "면"을 본다면, Guru Walk의 워킹 투어는 "점"을 보는 느낌이다.
항상 투어가 끝나면 '서울도 이만큼 모르는데, 이 도시에 대해서 이렇게 알아도 될까?'라는 생각이 들 만큼 디테일한 정보를 알게 됐다. 일반 투어에서는 지나칠 아주 사소한 조각상과, 시계탑과, 길거리의 보도블럭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다. 그 도시를 구성하는 작은 조각들 하나하나가 의미를 갖게 되는 순간이었다. 그래서인지 투어가 끝나고 혼자 걸을 때도 도시가 다르게 보였다.

Get Your Guide 어플
시티투어와 액티비티, 그리고 의도치 않은 데이트
현지 투어를 알아볼 때 또 하나 자주 사용했던 앱이 'Get Your Guide'다. 한국으로 치면 마이리얼트립 같은 곳인데, 나는 여기서 주로 하루 정도 소요되는 '시티투어(데이투어)' 혹은 '액티비티' 상품을 예약했다. 시티 투어 상품은 보통 작은 버스나 밴을 활용한 도시 이동을 포함하며, 3-4군데의 장소와 식사를 5시간에서 8시간 정도 진행하는 상품이었다.
이 상품을 이용하면 대중교통 없이도 근교의 도시들을 편하게 둘러보고 설명도 들을 수 있었다. 아일랜드에서 시티 투어 상품을 이용해서 아일랜드 검은 양과 보더콜리의 양치기 쇼를 보고 왔다. 목동이 휘파람 하나로 개들을 움직이고, 개들이 양떼를 모는 모습을 봤다.

두 번째로 자주 예약했던 건 액티비티 상품이었다. 스카이다이빙, 래프팅, 카약킹, 자전거 타기 같은 것들. 마이리얼트립에는 한국인의 취향을 반영한 워킹 투어, 미술관 투어 상품이 주로 있지만 나는 액티비티를 좋아해서 Get Your Guide를 사용해 다양한 액티비티를 즐겼다. 한 번은 스위스 인터라켄 근처의 호수에서 카약킹을 했는데, 그때도 예약자가 나 하나였다. 또 데이트였다.
스페인 출신 훈남 가이드가 친절했다. 사진을 열심히 찍어주셨는데, 열심히는 하는데 못하는 남친 같았다. 나중에 메일로 보내준 사진들이 내가 상상했던 구도가 아니라서 아쉬웠지만, 3시간 동안 차갑고 맑은 스위스 호수 위를 둘이서 누빈 기억은 좋은 경험이다. 손을 물속에 담그면 얼음물처럼 차가웠고, 카약이 원하는 대로 가지 않아 빙글빙글 돌기도 했다.
한국 여행사 투어는 보통 20-30명이 넘는 대규모 단체로 움직이는데, 이 앱에서는 4-8명 정도의 소규모로 진행되는 투어도 많았다. 가격도 한국 투어보다 30~50% 정도 합리적이었다. 다만 언어는 보통 영어로 진행됐다. 말을 시키진 않으니까 영어 듣기만 된다면 큰 무리는 없었다. 평일에 데이 투어 상품을 예약하면, 보통 중년부부가 많았다. 혼자 온 동양인 교환학생 소녀인 내가 튈 때가 있었는데 노부부들이 밥도 사주시고 사진도 찍어주시며 챙겨주셔서 감사한 기억이 많다.
아주 가끔 나처럼 혼자 온 소년 소녀들을 만나게 되는데, 이 경우에는 둘이 그 투어 시간 동안 평생 단짝인 것처럼 붙어 다녔다. 서로 어색하니까 더 붙어 다니게 되는 것 같기도 했다. 투어가 끝나면 인스타그램을 맞팔하고 헤어졌는데, 지금도 가끔 그 친구들의 일상이 피드에 뜬다.

Pub Crawling 펍 크롤링
밤 10시부터 다음 날 오전까지…
Get Your Guide의 킬링 포인트는 바로 'Pub Crawling' 투어였다. Pub Crawling은 펍과 클럽을 전전하는 투어다. 현지 가이드와 함께 그 도시의 핫한 펍과 클럽을 돌아다니는 건데, 교환 오기 전까지는 상상도 못했던 투어였다. 보통 가이드와 함께 밤 10시부터 그 다음 날 오전까지 진행됐다. 끝까지 남은 적이 많지 않아서 언제까지 하는지 확신은 없다. 점심까지 했다는 소문을 듣기도 했다. 특히 스페인의 경우 밤문화를 즐기지 않으면 스페인 여행의 절반을 놓친다는 말도 있다. 그래서 스페인 여행을 간다면 하루는 일정을 여유롭게 잡고 Pub Crawling을 해보길 권한다. 대신 다음 날 늦잠으로 오전을 버리는 건 각오해야 한다.
혼자였다면 혹은 한국인 친구들과만 있었다면 결코 가볼 용기를 내지 못했을 클럽을 갈 수 있어서 좋았다. 함께 다니는 사람들과 가이드가 있다 보니 상대적으로 안전한 느낌이 들었다. 가이드가 이동 할 때는 항상 사람 수를 체크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중간에 그만하고 싶다면 꼭 가이드에게 말하고 가야 했다. 구분을 위해 야광 팔찌 같은 것을 나눠주는 경우도 있었다.

Pub Crawling의 종류에 따라서 재즈바 위주로 다니는 경우도 있고 클럽 위주로 다니는 경우도 있었다. 매번 다음 번에는 어디 갈지 기다리는 재미가 있었다. 보통은 이 상품을 운영하는 회사와 연계된 펍을 가는 것 같았다. 그래도 현지에서 사람 많은 곳들을 데리고 가줬다.
펍 크롤링을 하면서 신기했던 점 중 하나는 유럽 클럽에는 입뺀이 없다는 것이었다. 어떤 클럽은 클럽인데 중년 -노년 부부가 많아서 놀란 적도 있다. 지금 생각해보니 부부가 아닐지도 모르지만. 유럽은 한국처럼 노래방에서 '노래 부르며' 노는 문화가 아니라 '서서 춤추며' 노는 문화인 것 같았다. "클럽"의 이미지 자체가 한국과 꽤 다르다는 것을 자주 느꼈다.
펍으로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도시인 아일랜드에는 유독 이 Pub Crawling 문화가 발달되어 있는 것 같았다. 또 아일랜드 펍에는 라이브 공연도 많았다. '사일런트 디스코'라고 해서 헤드폰을 끼고 음악을 듣는 클럽도 갔었는데, 빈 방에서 헤드폰만 쓰고 두 가지 떼창을 했던 게 기억에 남는다. 헤드폰에서 음악 옵션이 두 가지여서 조절이 가능했고, DJ도 두 명이었다. 아일랜드는 영어를 쓰다보니 나도 몇몇 팝송 떼창에 끼어들 수 있었다.
가격도 합리적이었다. 대부분의 펍크롤링 투어는 20-30유로 선인데, 여기에 웰컴 드링크와 방문하는 모든 펍의 입장료가 포함되어 있었다. 혼자 가면 40-50유로는 쓸텐데. 대신, 클럽이나 펍을 가면 술을 한 잔만 마시는 경우가 거의 없기 때문에, 웰컴 드링크는 거의 시식급으로 끝나고 다들 술을 더 시켜 마셨다. 아마 이게 관광회사가 노리는 업셀 전략인 것 같다.
넉살 좋은 남미 친구들은 한 번 살 때 나를 포함한 주위 친구들에게도 많이 사줬는데, 달달한 주황색 데킬라 샷을 연속으로 마시다 토했던 경험이 기억에 남는다. 그때 화장실에서 나를 부축해줬던 브라질 친구의 이름은 지금도 기억난다. 다음 날 호스텔에서 마주쳤을 때 서로 민망해하며 웃었다.

호스텔 투어 프로그램
잘 찾아보면 호스텔에 숨어있는 프로그램
이런 투어를 혼자가 아니라 다른 글로벌 친구들과 함께 가고 싶을 때가 있었다. 그럴 때는 Get Your Guide 같은 앱이 아니라 지금 묵고 있는 그 호스텔 숙소에서 이런 프로그램을 제공하는지 확인해 보면 됐다. 특히 많은 교환학생 친구들이 저렴한 숙박을 위해 호스텔을 이용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유용한 팁이 될 수 있었다.
호스텔 브랜드나 정책에 따라서 다르지만, TOC 같은 유럽 대형 호스텔 체인들은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했다. 아침 요가 클래스부터 시작해서 도시 워킹투어, 저녁 타파스 투어까지. 대부분 무료거나 10유로 정도의 소액이면 참여할 수 있었다. 호스텔에서 방금 소개한 펍 크롤링을 진행하는 경우도 많았다.
포르투갈 호스텔에서 호스텔이 진행하는 프리 워킹 투어를 했는데, 끝나고 그 사람들끼리 그대로 밥도 먹었다. 벨기에 겐트의 호스텔에서는 호스텔에서 연계된 강 카약 투어를 했는데 호스텔 주인이 '너네가 올해 첫 카약 손님이야'라고 하며 카약을 태워줬다. 아마 3월 즈음이었던 것 같은데, 겨울에는 강이 얼고 춥기 때문에 쉬다가 봄에 시작하는데 내가 호스텔 연계 프로그램을 먼저 찾아보고 와서 흔쾌히 태워 준 것 같았다.

동화 속처럼 아름다운 겐트의 강 위를 카약으로 누비며, 원하는 대로 카약이 잘 가지 않아 힘들기도 했지만 재미있는 추억이 됐다. 중세 건물들 사이로 흐르는 강 위에서 노를 젓다 보면, 시간이 멈춘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무엇보다 호스텔 프로그램의 장점은 함께 하는 사람들이었다. 전 세계에서 온 여행자들, 교환학생 친구들과 자연스럽게 친해질 수 있었다. 투어 전날이나 당일 공유 공간을 어슬렁 거리면서 착해보이는 친구들을 탐색하고, 그 친구들에게 '우리 호스텔에서 이런 투어한다는데 같이 갈래?'하고 슬며시 물어봤다. 투어가 끝나고 인스타그램 교환하고 서로의 인생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내일 만날 약속을 잡게 되고도 한다. 지금까지도 종종 인스타그램으로 서로 소식을 보며 세계 반대편에 있는 누군가의 일상을 공유할 수 있다는 것이 재미있다.

재밌게 놀고자 단련한 침투의 기술
6개월이 지나고 나니 내가 다녀온 도시들이 숫자로 정리됐다. 스물다섯 개 도시. 그런데 돌아보면 그 '양'보다는 각 도시에서 녹아들었던 순간이 기억에 남는다. 그란 카나리아의 자연 수영장에서 멍하니 바다를 보던 오후, 겐트의 강 위에서 카약이 빙글빙글 돌던 순간, 바르셀로나 골목 뒤 재즈 펍에서 현지인들 사이에 앉아 있던 밤. 그리고 혼자여서 두렵고 심심했지만 이겨나고자 용기를 내서 꺼냈던 문장들. 그 문장 속에 숨어 있던 용기가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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