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교환학생, 관광객 대신 현지인처럼 여행하는 법 4가지
관광이 아니라 스며들기로 선택한 6개월. 톨레도 나이트 투어부터 바르셀로나 주짓수 도장까지, 현지인처럼 지낸 유럽 교환학생의 진짜 여행법
6개월간의 유럽 교환학생 생활 동안 조금 다른 방식으로 여행했다. 유명한 관광지를 빠르게 도는 대신, 현지 사람들이 하는 것들을 따라 해봤다. 네이버 여행 카페에 잘 나오지 않는 방법들이지만, 나름 괜찮았던 것들을 정리해본다.
톨레도 밤거리를 걸었고, 바르셀로나 주짓수 도장에서 운동했다. 마르세유 공연장에서 좋아하는 가수를 봤고, 스톡홀름 호수에 들어가기도 했다. 우연히, 때로는 용기 내서 시도하다 보니 발견한 것들이다.
밤 11시, 관광객이 다 떠난 후에는 나이트 투어
톨레도에서 나이트 투어라는 게 있다는 걸 알았다. 낮에 북적이던 광장이 밤 10시가 되면 가이드들이 다시 모여든다. 소도시에 하룻밤 묵으면 이런 투어에 참여할 수 있다. 당일치기로 왔다면 마지막 기차 시간 때문에 저녁 8시에는 떠나야 하니까. 낮에는 관광객들로 북적이는 광장이, 밤이 되면 다른 모습이 된다. 가이드가 들려주는 중세 시대 귀족들의 비밀 연애담을 들으며 걷다 보면, 어둠 속에서 성당의 첨탑이 반짝이고, 오래된 건물 사이로 재즈 바가 모습을 드러낸다.
밤 11시가 되어서야 문을 여는 타파스 바에서 와인 한 잔을 마시고 있으면, 스페인의 밤이 시작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투어에 따라서 일부로 주제를 ‘중세 마녀’처럼 으스스한 주제로 잡는 경우가 있는 것 같다. 프라하였나 어디에서는 나이트 투어 주제가 ‘드라큘라 투어’였던 기억이)

톨레도 나이트 투어 상품
어둠 속 골목길을 걸으며 중세 이야기를 들었다. 가이드의 스페인어는 반도 못 알아들었지만, 밤 11시에 문을 여는 타파스 바를 보는 것만으로도 괜찮았다. 관광지로서의 톨레도가 아니라, 밤을 사는 사람들의 시간을 조금 엿본 느낌이었다.

톨레도에서 나이트 투어 중에 찍은 사진. 설명을 스페인어로 들어서 내용은 잘..^^
당연한 이야기지만, 이런 투어는 소도시에서 숙박할 때만 가능하다. 마지막 기차가 떠나는 저녁 8시 이전에 대도시로 복귀해야 하는 당일치기 여행으로는 경험하기 어렵다. 보통 교환학생은 큰 캐리어 없이 여행하는 경우가 많으니, 기회가 된다면 나는 개인적으로 소도시 숙박을 추천한다. 그리고 소도시 숙박을 한다면 나이트 투어를 추천한다. 숙소를 정하면 마지막 기차 시간을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혼자 밤거리를 다니기는 위험하지만, 투어를 통하면 비교적 안전하다.

폰카로 찍은 톨레도 야경. 대충 찍어도 이정도
취미도 이어가기 바르셀로나 주짓수 도장에서
여행 중에도 운동을 하고 싶었다. 한국에서 하던 주짓수를 계속하고 싶어서 현지 체육관을 찾아봤다. 인스타그램 DM으로 문의했더니 15-20유로에 일일 체험이 가능했다. 바르셀로나 도장에 갔을 때 사람들이 반갑게 맞아줬다. 스파링 제안은 조금 망설이는 것 같아서 내가 먼저 요청했다. 서투른 영어와 스페인어로 대화했지만, 운동하면서 나누는 대화는 생각보다 어렵지 않았다. 수업 끝나고 함께 연습하고 수다 떠는 시간이 좋았다.
꼭 주짓수가 아니더라도 헬스, 요가, 댄스, 미술, 음악... 자신만의 취미나 관심사가 있다면 현지에서 도장이나 체육관을 찾아보면 특별한 경험을 만들 수 있다. 일일 체험권을 파는 곳도 많다. 같은 취미를 가진 사람들과의 만남은, 언어가 달라도 쉽게 친해질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인 것 같다.
나는 취미로 주짓수를 배웠기 때문에 큰 도시로 여행할 때는 주짓수 체육관을 찾아봤다. 처음에는 망설이다가 용기 내 문의드렸고, 15-20유로에 일일 체험권을 끊을 수 있었다. (인스타그램 DM으로 문의했다) 현지 수련생들은 낯선 동양인 여자가 찾아온 것에 신기해하면서도 반갑게 맞아주었다. (물론 스파링 제안은 좀 망설이셨다. 그래서 내가 먼저 요청드렸다) 서투른 스페인어와 영어가 섞인 대화를 나누면서 땀 흘렸다. 가끔은 현지에서 일하는 한국인을 만나기도 했다.

바르셀로나 주짓떼로 행님들. 탈의실이 남녀 구분 없이 하나였다.
좋아하는 외국가수 만나기, 마르세유 지하 공연장에서
평소 좋아하던 가수 롤로 주아이의 공연이 마르세유에 있었다. 티켓마스터에서 25유로 정도에 샀다. 현지 지하 공연장은 작았고, 혼자 가서 조금 어색했다. 그래도 가길 잘했다.

사랑하는 롤로 주아이(Lolo Zouaï) 공주님
한국에서는 내한 공연이 아니면 보기 힘든 아티스트들을 유럽에서는 쉽게 볼 수 있다. 스톡홀름에서 아바 맥스 공연을 봤고, 스페인에서는 탱고 공연을 자주 찾았다. 티켓마스터에 올라오는 공연이 생각보다 많다. 꼭 유명 아티스트가 아니더라도, 평소에 한국에서는 내한이 아니라면 보기 힘든 공연들을 ‘온김에’ 보는 것을 추천한다. EDM 페스티벌, 콘서트, 오페라, 발레, 클래식 공연 등 잘 찾아보면 괜찮은 공연이 많다.

스톡홀롬에서는 아바 맥스(Ava Max) 공연을 봤다. Ava Max 스톡홀롬 공연 모습

스페인에서는 탱고 공연을 자주 봤다.
물을 좋아한다면 비키니를 챙기자

시르미오네 자마이카 비치. 이름은 비치지만 사실은 호수.
마지막으로, 물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각 나라의 특별한 '물놀이 문화'를 찾아보는 것을 추천한다. 물놀이 하나만으로 사실 하루 여행을 제대로 때울 수 있는데, 보통 관광객들은 유명한 관광지를 보기 때문에 물놀이를 하기 어렵다. 유럽의 아름다운 호수, 강, 바다에서 마음껏 수영을 즐길 수 있는 것도 교환학생의 특권 같다.

이탈리아 소도시 시르미오네의 호수
호수나 강이 있고, 날씨가 여름이라면 대부분 물놀이를 할 수 있기 때문에 꼭 수영복을 챙겨 다녀야 한다. 봄이나 가을이어도 불가능한 건 아니다. 북유럽에서 사우나를 하고 호수에 입수하면 된다. 나는 스톡홀롬에서 현지 사우나를 체험했는데, 뜨거운 사우나에서 땀을 쫙 빼고 얼음장같이 차가운 호수에 뛰어드는 것이었다. 전혀 유명한 관광지가 아니라, 현지 리조트의 일부였는데 물을 너무 좋아해서 구글링을 통해 발견했다.

스톡홀롬의 호수에서 내가 찍어준 친구의 뒷모습
한국에서 단순 여행을 보면 관광지를 보느라 놓치기 쉽지만, 교환학생은 시간이 있으니 가능하다. 여름이 아니어도 괜찮다. 스톡홀름에서는 호수 사우나를 했다. 뜨거운 사우나에서 땀을 빼고 차가운 호수에 들어가는 것이었다. 겨울에 얼었다 녹은 호수라는 설명을 듣고 망설였는데, 할머니 할아버지들이 맨몸으로 뛰어드는 걸 보고 용기가 났다. 처음엔 어렵지만 하다 보면 할만하다. 겨울에도 물놀이는 가능하다. 스페인 남부에 '함맘'이라는 아랍식 목욕탕이 있다. 그라나다 알함브라 궁전 보고 함맘 가는 코스가 좋다. 수영복 착용하고 남녀 혼탕이다.

겨울에 얼었다 녹은지 얼마 안 됐고, 얼마 전까지만 해도 아이스링크 장사를 했다가 이제 막 사우나 장사를 시작했다는 설명을 듣고.. 이 얼음장에 입수가 가능해?!라고 생각했는데, 맨몸으로 뛰어드는 할머니 할아버지들을 보고 용기가 생겼다. (호수 앞까지는 수건으로 몸을 가리고 가고, 뛰어들 때만 맨몸으로 뛰어든다. 백인 할아버지 엉덩이를 봤다. 나는 수영복을 입었다) 처음에는 어려운데 하다보면 중독되는 매력이 있다. 친구와 함께 놀러 온 현지인 소녀들과 서로 사진을 찍어줬다. 말은 안 통하는데 웃음은 통하는 그런..즐거운 기억.
독일 비스바덴의 로마식 목욕탕도 갔다. 여기는 혼탕에 수영복을 입지 않는다. 미리 알아두는 게 좋다. 처음엔 어색했지만, 2000년 된 목욕탕을 돌아다니다 보니 괜찮았다. 사우나 방 컨셉이 다양해서 재미있었다. 여름에는 호수나 바다에 그냥 들어가면 된다. 수영복은 항상 챙겨야 한다. 이탈리아 시르미오네 호수의 '자마이카 비치'는 이름은 비치지만 호수다. 물이 맑고 투명하다. 스페인 팔마 마요르카 섬의 '칼로 데스 모로'를 추천한다. 에메랄드빛 바다와 하얀 모래사장이 있다. 거기서 수영하며 보낸 오후가 좋았다. 여름에는 어떤 호수나 바다든 누군가 들어가 있으면 따라 들어가면 된다. 가장 추천하는 곳은 이탈리아 시르미오네 호수의 ‘자마이카 비치’ & 스페인 팔마 마요르카 섬의 ‘칼로 데스 모로’
독일 비스바덴의 로마식 목욕탕은 또 다른 매력이었다. 다만 이건 혼탕 + 수영복을 입지 않는다는 점을... 꼭 미리 알아두자. 처음엔 어색했지만, 2000년 역사를 가진 목욕탕을 탐방하다 보면 얼핏 로마 귀족이 된 느낌도 든다. 그리고 사우나 방 컨셉이 많아서 재밌었다. 약간 부산 신세계 스파랜드 상위호환 느낌. 그라나다의 알함브라 궁전을 구경하고 함맘에서 피로를 푸는 건 진짜 추천 조합이다. 수백 년 전 무어인들이 즐기던 모습을 거의 그대로 간직한 촉촉한 사우나에서 은은한 아로마 향을 맡으며 즐기는 스파는 그야말로 천국이다. (다행히 함맘은 수영복 착용, 남녀 혼탕) 사우나에서 백인 독일 남자 무리와 잠깐 대화를 했는데, 혼자 뻔뻔하게 온 동양인 소녀인 나를 신기하게 봤다.

지중해의 정석 팔마 마요르카
6개월 동안 기억에 남는 순간들은 유명 관광지가 아니었다. 톨레도 밤거리, 바르셀로나 도장, 마르세유 공연장, 스톡홀름 호수... 용기 내서 한 발짝 더 들어갔을 때 만날 수 있었던 것들이다. 보는 것에서 멈추지 않고 직접 해보는 것. 완벽하게 스며들 수는 없었지만, 시도했던 시간들이 괜찮았다. 유럽 교환학생을 준비한다면 이런 방법도 한번 생각해 보면 좋을 것 같다. 이런 투어 상품을 잘만 이용하면, 비교적 안전하게 야경과 밤의 도시를 즐길 수 있다! (물론 완전 보장할 수는 없다. 때로는 내가 당장 사고가 나도 부모님이 전혀 알아챌 수 없을 거라는 사실이 두렵기도 했다. 나는 귀차니즘 때문에 평균적으로 1주일에 한 번씩 부모님과 연락을 했다.)

스페인 남부 지방 츄러스. 북부와 남부 츄러스 스타일이 다르다.

그리운 스페인 친구들. 할로윈이 아니라 부활절 카니발이었다. 이러고서 같이 클럽 감. 십자가 매고.. 친구들의 신심은 알다가도 모르겠다^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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